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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리뷰 – 계급의 벽과 인간성의 경계

by 온순한호랭이 2025. 5. 16.

영화 '기생충' 포스터

 

 

◈ 줄거리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Parasite)*2019세계를 놀라게 작품으로, 한국 영화 최초로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그리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석권하며 세계 영화사의 획을 그었다. 영화는 단순한 가족 이야기나 사기극을 넘어, 현대 사회의 계층 구조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인간의 본성과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반지하방에 살고 있는 기택(송강호) 가족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아버지 기택, 어머니 충숙(장혜진), 아들 기우(최우식), 기정(박소담)까지, 모두 실업 상태로 피자 상자의 접이로 생계를 유지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나간다. 와이파이를 몰래 훔쳐 쓰고, 집안엔 곰팡이와 습기가 가득하지만, 이들에게는 꿈과 기회가 절실하다.

그러던 중, 기우의 친구 ‘민혁’유학을 가며 부잣집 다혜의 영어 과외 자리를 추천해준다. 기우는 가짜 서울대 재학증명서를 들고 대저택을 찾아가고, 박사장(이선균) 가족의 신뢰를 얻으며 정식 과외 선생이 된다. 이후 기우는 동생 기정을 ‘미국 유학파 미술치료사 제시카’소개하고, 기정은 곧바로 박사장네 막내아들 다송의 미술교사로 채용된다.

기정은 교묘히 기존 운전기사를 몰아내고 아버지 기택을 기사로 들인다. 이어 가사도우미까지 해고시키고 어머니 충숙을 들이며, 기택 가족은 마치 암세포처럼 고급 저택에 침투해 자리를 잡는다. 그러나 기택 가족이 이룬 기생은 오래가지 못한다. 어느 박사장 가족이 캠핑을 떠난 틈을 집에서 파티를 벌이던 중, 전직 가사도우미 문광(이정은)찾아와 지하실로 향한다.

그곳에는 충격적인 진실이 숨어 있다. 문광의 남편 근세(박명훈)오랜 세월 박사장 지하에 숨어 살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이 드러나며 기택 가족과 문광 부부 사이에 팽팽한 긴장이 흐르고, 갈등은 점차 극단으로 치닫는다.

박사장의 아들 생일파티 날, 근세는 분노와 광기로 무장한 지하에서 탈출하고, 상류층의 완벽한 일상 속으로 비극이 터져버린다. 파티는 피바다가 되고, 기택은 박사장의 무의식적인 계급적 모욕에 폭발하며 예기치 못한 사건을 저지르게 된다. 영화는 충격적인 결말과 함께, 계층 사이의 넘을 없는 경계선을 보여주며 막을 내린다.

 

 

감상평

<기생충>단순한 스릴러나 드라마 장르에 갇히지 않는 영화다. 이는 하나의 이야기로 사회 구조를 설명하고, 인간의 본성과 계급 간의 심리적 갈등을 촘촘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은 ‘위층과 아래층’이라는 공간 구성을 통해 명확한 계급적 대비를 표현하며, 시각적으로도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기택 가족이 사는 반지하방은 세상의 절반만 있는 시야를 상징한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것은 거리의 취객, 방역약을 뿌리는 차량, 그리고 쓰레기뿐이다. 반면, 박사장 가족이 사는 집은 높은 언덕 위, 햇살 가득한 정원과 쾌적한 실내로 구성되어 있다. 공간은 단지 장소의 차이가 아닌, 사회적 위치의 차이를 보여준다.

특히 ‘냄새’영화 내내 반복되는 중요한 상징이다. 박사장과 아내 연교(조여정)기택 가족에게서 ‘이상한 냄새’맡는다. 냄새는 단지 지하방의 곰팡이나 오래된 세제 냄새가 아니다. 그것은 가난의 흔적이며, 계급 인식의 단절을 드러내는 감각적 장치다. 박사장이 무심코 던진 “냄새가 좀…”이라는 말은 기택의 자존심을 뭉개고, 나아가 치명적인 결정을 내리는 계기가 된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송강호는 무기력하지만 가족을 위해 현실에 순응하던 아버지에서, 결국 현실을 직시하고 폭발하는 캐릭터로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박소담의 침착하고 스마트한 캐릭터는 영화의 유머와 전개를 이끄는 핵심이며, 이정은의 가사도우미 캐릭터는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한다. 모든 배우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완벽히 소화하며, 영화의 현실성과 극적 긴장감을 동시에 높여준다.

또한 영화는 선과 악의 구분을 철저히 배제한다. 기택 가족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부자 가족에게 접근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반면 박사장 가족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지만, 무의식적인 계급 차별과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타인을 죽음으로 몰아간다. 이처럼 영화는 관객에게 도덕적 판단이 아닌 구조적 질문을 던진다.

 

 

총평

<기생충>한국 사회뿐 아니라, 세계 자본주의 사회가 안고 있는 계층 갈등과 인간성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제기한다. 작품은 단순히 상을 받은 영화로 기억될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오래도록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될 사회적 텍스트이자 문화적 성찰의 거울이다.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장 창의적인 이야기"라는 철학이 작품에 녹아 있다. 기택 가족의 이야기는 분명 한국적인 배경을 갖고 있지만, 그들이 겪는 빈곤, 박탈감, 불안은 세계 어느 도시의 하층민에게도 익숙한 현실이다. 보편성 덕분에 기생충세계 관객의 공감을 얻었고, 언어의 장벽을 넘어선 영화가 되었다.

단언컨대, 기생충21세기 최고의 영화 하나이며, 한국 영화 산업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끌어올린 상징적인 작품이다. 영화를 통해 우리는 ‘기생’하는 존재가 단지 경제적으로 열악한 자들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누군가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구조 속에서, 우리는 모두 ‘기생충’있음을 영화는 차갑게, 그러나 깊이 있게 일깨워준다.